벚꽃과 사람의 마음

봄날은 많은 꽃들이 대지를 여러 색깔로 물들게 만듭니다. 특히나 4월 벚꽃은 사람들의 마음을 싱숭생숭 흔들어, 자꾸만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지요. 계절이 만드는 이러한 세상 풍경의 변화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기억하게 만들고, 어느 정도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봄을 노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2001년에 제작된 영화 봄날은 간다 OST ,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를 좋아합니다. 그 노래는 조금은 서글픈 멜로디에 진한 가사 그리고 김윤아의 애절한 목소리까지 더해져 흘러간 소중했던 순간들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여자와 버스는, 떠나면 잡는게 아니란다"

 

봄날은 간다 OST를 들으면, 종종 나의 삶이 아닌 그 영화 속의 주인공들도 떠오릅니다. 지금과 크게 변하지 않은 유지태의 모습 그리고 아름다운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 화려하고 복잡한 사건 전개는 없지만 이 영화는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 충분히 기억될만한 한편을 완성시켰습니다. 

 

벚꽃이 피고 지는 짧은 봄날의 순간에 그 흐드러진 꽃잎들 사이에서 사람들은 평소보다 훨씬더 많은 생각에 빠질 거라 생각합니다. 연인들의 사랑은 활짝 핀 벚꽃처럼 서로를 뒤덮고, 홀로인 사람들에겐 그 어느 때보다 더 외로움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는 극단적인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점점 더 늘어나는 대한민국의 벚꽃거리는 사람의 마음을 참 많이도 건드립니다. 

 

"하얀색 벚꽃과 노란색 개나리 그리고 분홍의 꽃잔디"

 

하얀색 꽃잎으로 덮힌 벚나무 아래에 먼저 핀 노란색 개나리가 아직도 남아있는 경우에는 그 조화가 너무도 예쁩니다. 때마침 분홍색 꽃잔디가 근처에서 사람들 발걸음 옆에 놓여있다면 세 가지 색깔은 그야말로 완벽한 봄의 빛깔을 만듭니다. 

 

벚나무와 봄을 떠오르게 만드는 영화는 사실 봄날은 간다 보다는 , 일본영화인 '바닷마을 다이어리'입니다. 마음이 어지러운 스즈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달리는 사내아이의 배려심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벚꽃 터널을 지나가는 그 둘의 행복한 표정이 관객을 흐뭇하게 만듭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만화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일본의 명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2015년에 만든 영화로 제가 만났던 일본 영화 중에는 최고였습니다. 일본 영화를 넘어서 제 인생 영화 중에 하나로 꼽을 수도 있겠네요. 이 영화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만화책의 앞부분만으로 영화를 끝냈듯 , 동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만화책 초반부만을 영화 속에 담았습니다. 후속 편이 나온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4 자매를 연기한 배우들 모두 연기도 잘하고 너무 매력적이에요. 일본의 방사능 문제가 정말 잘 해결되고, 일본에도 좋은 정권이 들어서서 우리와 점점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랍니다. 

 

어느 계절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듯 느껴지는 봄날, 아마도 어느 계절보다도 색채가 뚜렷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따스한 날씨는 생명들을 나른하게 만들어서 약간 취한듯한 몽환적인 기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매년 맞이하는 이 소중한 봄날, 조금 더 세상에 따뜻하고 자상한 서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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