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 하자

술한잔 하고 싶은 마음을 에세이로 그냥 적어봤습니다. ㅇㅅㅇ

 

유리를 넘어 세상의 풍경이 많이도 변했다. 아침이면 햇살을 가득히 맞이할 수 있던 거실은 차가워졌다. 저 언덕 넘어 머나먼 나라를 꿈꾸게 만들어 주었던 작은 언덕이 흉직한 대형 마트 건물에 가려진 뒤로 마음에도 어쩔 수 없는 어둠이 존재하는 듯하다. 스잔한 바람도 따스한 햇살도 예비군 훈련이 아니라면 경험하기 힘든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항상 존재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예비군 훈련도 이럴 때 보면 나쁘지 않다 싶은 것이다.

 

봄날은 다시 왔다. 신선한 감성을 나에게 선사하던 봄이 아니라는 것이 서글픈 뿐이지만, 어쨌든 봄날은 내게 또다시 찾아왔다. 봄날은 개나리와 벚꽃이 함께해야 하겠지만 갖쳐 버린 나에겐 세계지도만이 변하지 않는 풍경으로 눈앞에 있다. 대한민국을 기준으로 그린 세계지도의 왼쪽 윗부분에 자리한 사람들의 세상은 나에게 아무래도 너무나 큰 희망을 안겨주는 것이다. 내가 이상과 가장 가까워지는 시간엔 한 친구가 함께한다.

 

-그만큼 달콤하지는 않지만 울지 않을 수 있어 온기가 필요했잖아 이제는 지친 마음을 쉬어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

 

음악과 거리가 있는 동네의 고깃집의 풍경에 못마땅한 핸드폰 스피커는 따뜻한 봄날에 어울리는 노래를 부르며 이상으로 떠나야 할 시간을 선사한다. 감성을 자극하는 여가수의 목소리와 함께 우리의 화제는 그때는 좋았었잖아 보단 ‘봄날으로 가자에 어울린다. 봄날은 이상과 가깝다. 그렇기에 우리는 환상적인 이야기에 들어서고 있다. 그런 상황이 오기 위해선 따뜻한 공기와 소주 그리고 부족하진 않은 안주가 필요하다. 음악도 중요하긴 하다만, 때로는 이야기 자체가 음악이 되어 흐르는 경우가 많기에 필수 조건엔 들어가기에 부족한 면이 있다.

 

부족하지 않은 안주의 모호한 개념을 소금구이라는 기막힌 요리로 채운다. 매콤 달콤한 파절이와 불판에 구워진 콩나물, 마늘, 김치가 무한으로 제공되는 기쁨을 아마도 이 땅의 동시대 사람들은 모두 느껴봤을 것이다. 이것도 오만스러운 생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리의 기쁨으로만 한정 지어 버리는 결정을 하겠다. 우리만의 기막힌 즐거움이 돼버린 소금구이는 값도 싸다. 9시 뉴스의시뉴스의 앵커가 심각한 목소리로 떠들어댄 아일랜드산 불량 돼지고기일지 모르지만, 생각해보면 요리가 돼버린 슬픈 돼지의 과거보다는 우리의 이상을 유지시켜주는 값싸고 맛있는 현실에 주목한다. 9시 뉴스의 무책임함을 탓하지도 않고 그들의 걸러진 소식들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이 21세기의 현명한 삶의 방식이라 자신한다.

 

시원하게 보관된 소주가 막 개봉되어 투명한 잔에 담긴 모습은 깊은 계곡에 안긴 맑은 샘의 기운을 훔쳐온 신선함과 설렘이다.

 

“한잔 하자”

마법사의 구슬처럼 손에 담긴 술잔을 든 목소리가 이야기의 시작이 된다.

 

“어여 먹어”

 

친구의 목소리가 작은 파동을 이끈다. 뱃살에 둘러싸인 심연의 공간은 고기를 청하는 음성에 반응하여 익숙한 욕망의 뱃소리를 낸다. 종종 도서관에서 실수로 흘러나와 당황하게 만드는 그 소리는 봄날의 고깃집에 자연스러운 배경도 못되고 사라져 버린다. 욕심 덩어리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배고픔의 고함은 이곳에선 초라하다 표현하기도 과장된 하찮은 부스러기다.

 

이것은 그냥 적어본 에세이입니다. 사진은 오래전 사진첩에 있던 풍경인데, 출장중에 본 새들이 신비로워서 찍어놨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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